선미 '가시나' 커버
선미 '가시나' 커버

2000년대 중후반 원더걸스의 멤버였던 선미와 <24시간이 모자라>와 <보름달>의 선미 사이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변신이 이루어졌죠. 하지만 특징적이고 강한 컨셉과 곡 안의 밋밋한 그의 보컬은 박지윤을 포함한 박진영식 여성 댄스 가수의 스펙트럼을 연상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진영 프로듀서의 오랜 취향이었죠. 섹시해보이지만 무표정하고 과한 듯 하면서 절제된 것들이요. 솔로 활동을 마친 뒤 다시 원더걸스에 합류한 후의 선미는 그와는 또 다릅니다. <I Feel You>와 <Why So Lonely>는 이전의 원더걸스와는 달리 확실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레트로를 시도했고 컨셉을 소화하는데 주력했거든요.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선미는 곡과 컨셉, 박진영 프로듀서의 오랜 프로듀싱 안에서  일련의 요소들을 결합한 캐릭터를 구축했고, <가시나>는 그 발표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아무래도 '모호한 섹시함'인 것 같네요.


가시나는 한국적인 것 같으면서도 팝적인 신스 사운드 테마의 곡이고, 이 테마는 비디오 안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선미는 한국인지 외국인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꽃무늬 스카프에 거대한 선글라스를 쓰는 한국적인 레트로 스타일을 보이다가도 80년대와 마돈나에 레퍼런스를 둔 스타일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근래에 유행했던 디자인적 요소를 K-POP 친화적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한 LUMPENS 팀의 연출도 거들고 있고요. 선미는 슬픈건지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이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건지 불분명한 태도의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 비디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 불분명함입니다. 뮤직 비디오 안의 시공간, 그리고 선미의 감정이나 태도 모든 것이 뚜렷하지 않고 모호한데 그렇기 때문에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요. 


'가시나'라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쓴 점은 재미있지만 가사의 내용 자체는 평이한데, "왜 예쁜 나를 두고 가시나요"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너는 졌고 나는 폈어"라며 상대를 욕하는 메세지는 2000년대 부터 자주 나온 내용들이죠. 물론 이 메세지는 비디오와 결합되면서 "왜 예쁜 나를 두고 가시나요"라는 가사의 중심 키워드가 '가시나요'인지 '예쁜 나'인지 불분명하게 변하죠. 비디오의 중간중간 명백하게 '예쁜 나'를 강조하는 제스쳐들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 곡과 비디오는 "내가 이렇게 예쁜데 왜 너는 나를 떠나지?"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일까요?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뚜렷한 하나의 메세지를 찾아내려는건 사실 별로 의미가 없어요. 우리는 그저 의도된 혼란스러움을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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