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me of Love> Teaser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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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민의 일본에서의 활동 노선은 아무래도 일본풍의 오리엔탈 판타지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さよならひとり>보다 비주얼은 훨씬 가벼워졌지만 멜로디와 편곡은 더 오리엔탈 팝적이고 동작마다 펄럭이는 옷의 디테일 역시 그대로 이끌어가고 있어요. 재미있는 부분은 일본 대중가요계에서 이런 장르의 곡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OST가 아닌 이상 오랫동안 메이저 그라운드에 나오지 않았었고, 특히 남자 아티스트는 더욱 없었어요. 제가 아는 한 이름이 알려진 가수들 중에서는 없다시피한 수준인. 그러니까 아무리 서브컬쳐와 장르가 발달한 일본이라도 이런 장르와 컨셉을 정면을 승부를 건 남성 아티스트는 없었다는거죠. 그리고 이런 컨셉과 곡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태민이 태민이기 때문입니다. 아름답고 중성적인 마스크와 보컬에, 파워풀한 보컬과 춤을 선보일 수 있고 환상적이고 과장된 컨셉으로 활동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그 모습이 어색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캐릭터와 사생활을 감춰온 아티스트는 태민 외에 딱히 없거든요.

타이틀 곡 <Flame of Love>는 전작보다 더 J-POP적인데,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일본 대중 음악의 마지막 전성기가 떠올라요. 힙합과 R&B가 주류 트렌드였지만 일본은 그 트렌드에서 비껴갔기 때문에 오히려 90년대에 유행한 에스닉과 애니메이션, 게임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쳐의 환상적이고 드라마틱한 장르적 요소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환경이었으니까요. SM 내에서는 동방신기가 그 시절의 일본을 경험한 마지막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동방신기의 옛 일본 앨범들을 들어보면 이런 장르의 곡들을 꽤 자주 접할 수 있었어요. 물론 발라드 장르에 한정되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요. 태민은 그런 장르적 노선을 댄스 장르와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오리엔탈 팝 장르의 곡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게 촌스럽지 않은 이유는 컬러풀한 맥시멀리즘과 선율이 중심이 되는 음악 장르가 최근들어 유행하고 있고 이미 일본 활동을 통해 이런 컨셉과 장르에 대해 오랜 경험치가 있는 SM의 프로덕션이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태민과 SM이 '토호신기'의 계보를 정통적이면서도 실험적으로 계승했다고 봐야하겠죠. 확실히 현재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서 남성 솔로 아티스트 중에서는 태민만큼의 완성도를 가진 사람은 없는 것 같네요.

(+) 
태민의 일본 앨범에 비주얼과 퍼포먼스에도 많은 공을 들이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그 뮤직 비디오나 비주얼이 떠오르지 않고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곡들이 있는데, 상당히 바람직하면서도 영리한 구성이에요. 어쨌든 요즈음의 댄스 음악은 곡과 컨셉, 안무가 각자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많은 프로듀서들이 이것에 실패하거든요. (뮤직 비디오나 무대를 보지 않고서 NCT 127의 무한적아를 듣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좋은 곡은 무대를 보지 않고 그냥 스트리밍으로 들을 때도 좋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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