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3일 [디아티스트매거진]에 개제한 칼럼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YG엔터테인먼트 공식 홈페이지

앨범 ‘권지용’은 GD가 늘 만들어오던 음악들처럼 도발적이고, 신경질적이며, 드라마틱하다. 그가 지금의 유명세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그런 음악 스타일과 캐릭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빅뱅 활동과 솔로 활동을 통해 11년 동안 새롭고 호기로운 곡과 가사들을 써온 그이기에 이번 앨범이 신선하게 느껴지지는 않기도 한다. 하지만 멤버들이 차례로 군 입대를 하게 되어 그룹 활동이 당분간 중지되고 팀 멤버의 예기치 않은 대마초 흡연으로 세간의 관심과 우려가 빅뱅에게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맞물려, 자신이 늘 해오던 음악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을 발매함으로써 다시 존재를 드러낸 것은 그를 더 특별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만든다. ‘권지용’은 2017년 지금 그가 서 있는 곳과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권지용’은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특별한 볼 거리를 담고 있지는 않다. 그의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랩이 없는 타이틀 곡인 무제(無題) (Untitled, 2014)’는 ‘그XX’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생소하고 세련된 비주얼도 위트도 없는 뮤직 비디오가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동료 멤버인 태양의 ‘눈,코,입’에서 우리는 비슷한 스타일의 곡과 비디오를 이미 본 경험이 있다. 2번 트랙 ‘개소리 (BULLSHIT)’도 그가 ‘크레용’, ‘늴리리야’,’미치GO’ 등의 곡에서 보여줬던 정신 없고 신나는 곡들의 후속곡이다. 1번 트랙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과 3번 트랙 'SUPER STAR', 5번 트랙 'OUTRO.신곡(神曲) (Divina Commedia)'은 이전과는 달리 그의 생각이나 감정을 좀 더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장르적으로는 이전의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것은 음악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아닌, 화자가 ‘권지용’이라는 점에 있다. 정확하게는, 우리가 지난 11년간 봐왔던 G-Dragon이라는 캐릭터 말이다.


이번 앨범의 다섯 곡들은, 곡 안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메시지들과 지난 11년간 그의 음악과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그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일치시키고 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보아온 자기 도취적이고, 찌질 하기도 하며, 때로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소문, 가십으로 괴로워하기도 한 ‘스타’는 “TV속의 그들처럼 지금 살고 있는데도 왠지 슬퍼”라는 가사와 일치되어 고착화된 그의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굳힌다. 그리고 그것이 ‘권지용’이라고 말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GD는 자신의 캐릭터와 서사를 이용하고 있다. 


ⓒ'무제(無題) (Untitled, 2014)' 뮤직 비디오 중
ⓒ'무제(無題) (Untitled, 2014)' 뮤직 비디오 중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그를 향해 궁금해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대답한다. “엄지 검지 약지 새끼 접고 중지를 세워”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지목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것이나 "꿈에서라도 만나 다시 사랑하기를" 바라는 그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무제’라고 답하는 부분이 그렇다. 그의 가운데 손가락이나 사랑의 대상이 된 인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일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그에 대답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그의 이미지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렇게 어떤 아이덴티티는 인정된 반면, 어떤 아이덴티티는 여전히 가려져있다.

“난 문제가 아냐 문제의 답이에요”라는 가사는 어쩌면 그런 점까지 포함해서 ‘권지용’이라고 말하고 있는 GD의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밀린 광고 촬영을 다니고 세계 투어를 다니는 ‘슈퍼 스타’지이만 메신저 앱의 알림을 잠가놓고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놓을 만큼 사람들의 관심에 시달렸기에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으며 “가진 게 너무나 많아, 잃을 게 그보다 더 많아”라며 두려워하면서도 “배불러 그래”라는 자조도 빼놓지 않는 그 모든 것이. GD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그에 대해 어쨌든 답을 한 셈이다. 서른 살의 '권지용'은 새롭지 않다. 그는 여전히 슈퍼 스타이고,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는 정도의 도발을 하기도 하며, 그런 자신에 대해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고 그것이 현재의 권지용이다. 그 사실이 우리에게 만족스럽든, 그렇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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