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혐혐'을 테마로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독립한 메갈리아가 몇 개월간 이끌어왔던 몰카 근절에 대한 움직임이 최근 그 노력의 결실을 서서히 나타내고 있다. 여러 언론사에서 일반인 여성들에 대한 몰카, 리벤지 포르노, 강간 모의가 공공연하게 업데이트되는 소라넷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진선미 의원은 이를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청장에게 소라넷을 엄중하게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서버를 미국에 두고 있는 소라넷의 성범죄 게시물들은 미국 현지의 법에도 저촉됨이 나타나 미국 측과 협조해 사이트 폐쇄를 검토하고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소라넷의 최대 문제인 약물 강간 모의에 보다는 몰카에 집중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소라넷이 자정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수면 위로 공론화시키려는 메갈리아의 노력은 성공한 셈이다.

트위터에서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 부터 시작한 인터넷-페미니즘을 몇 개월 전 부터 지켜보고 동참한 1인으로써 소라넷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얻기까지 적어도 1년은 걸리리라 생각했다. 소라넷의 유저는 현재 백만명에 육박하고 음란물을 철저하게 단속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10년 동안 생존한 사이트와 그 사용자들을 상대로 싸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성기에 칼을 꽃아넣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사람들이었기에 솔직히 혐오감이나 거부감보다는 공포가 더 강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 이유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반대로 메갈리아의 움직임에 단 몇 개월만에 소라넷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인터넷으로 청원서를 제출하고 몰카 근절을 위한 포스트잇을 화장실에 부착하며 소라넷의 실태를 트윗하고 RT하는 것 외에 특별한 활동이 있진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번화가로 나가 메갈리안이나 인터넷-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들에게 소라넷의 범죄 행위를 알리고 서명을 받아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일부 계획하고 있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포스트잇 몇 장만으로 이 만큼의 성과를 이룬 셈이다. 게다가 이에 대한 소라넷과 그 사용자들의 리액션은 나의 상상만큼 공포스럽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다. 트위터의 소라넷 계정을 팔로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라넷하니?"하고 물어봤을 뿐인데도 차단을 하거나 소라넷은 죄가 없다며 '파르르' 떨 뿐이었다. (오히려 더 눈에 띄는 반응을 보여준 것은 소라넷을 잡아봤자 제 2, 제 3의 소라넷이 나타날테니 메갈리아의 노력은 아무 의미도 없다는 일침 성애자들이었다.) 자신들은 평화롭게 포르노를 즐기는 유저들이며 몰카를 찍고 그것을 볼 권리가 있으며 심지어 어느 사용자는 자신들을 게이나 레즈비언, 성전환자와 같은 성소수자라고 자처하며 인권탄압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최근 소라넷에 성소수자 게시판이 업데이트된 것을 보면 이것이 단 한 사람의 생각은 아닐테다.

지적할 곳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만 이야기 하자면 소라넷 유저들이 자신들을 변호하는 가장 큰 논리는, 자신들은 포르노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주장에 동의한다. 단, 소라넷이 주장하는 포르노가 미국과 일본, 유럽의 국가들과 같이 합법적으로 포르노 영상물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전문적인 배우와 스태프를 고용해 통제되고 청결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촬영되는 그런 포르노에 한정된다면 말이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강간 인증 사진은 포르노가 아니라 범죄에 해당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를 소라넷 유저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혹은 모르거나. -그래서 몰카에 대한 비판에 대응해 여초 사이트의 BL물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는 몰카든 리벤지 포르노든 AV든 동인지든 다 같은 범주의 것일 테니까. 그렇지만 < 여성을 강간하고 몰래 찍어 그것을 유포해도 좋은가 그른가 >를 논해야 할 정도로 사회정의라는 영역은 물러 터지지 않았다.

현행법에서는 1. 종범(방조범)은 정범의 실행 행위중에 이를 방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행 착수 전에 장래의 실행행위를 예상하고 이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하여 방조한 경우에도 성립하고, 2. 형법상 방조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범이 누구에 의하여 실행되었는가를 확지할 필요가 없으며  3. 방조범에 있어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어도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충분하다.

(일례로 소리바다 P2P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그 이용자들로 하여금 구 저작권법 상 복제권의 침해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그 방조범에 해당한다. 소라넷 이용자들이 강간을 모의하고 실행하도록 방조한 소라넷 운영자 역시 해당된다.) 

소라넷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의 문제점을 깊게 파고들어가면 여성의 성적 대상화(여성의 육체는 누군가에게 감상당하고 평가되야 한다는)를 당연시 여기는 한국의 분위기, 불법 음란물 근절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연기와 연출로 만들어진 AV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강간과 몰카를 같은 범주 안에 묶어버리는 실수를 범한 현재 음란물 단속 실태, 여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관계 -즉 강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 등 많은 바탕적 문제들이 존재한다. 정부나 사회가 그 동안 덮어두었던 문제가 인터넷 어딘가에서 암처럼 자라나 소라넷이라는 형태로 나타났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문제들 역시 소라넷과 엮여 공론화되기를 원한다.

메갈리아 이전에도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여성 혐오적 분위기, 된장녀나 김치녀, 페미나치의 라벨링을 두려워해 자칭 중립자들이 말하는 대로 '상냥하게', '눈에 거슬리지 않게'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소라넷의 약물 강간 피해자들처럼 죽은 듯 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설치지 않고,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그래서 그렇게 당당하게 여성을 강간하고 추행하는 모습을 볼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포르노란 가상의 것이 아니었고 여성이란 성적 도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니까. 그렇지만 그들은 아무래도 상대가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정말로 아무런 사고를 하지 않는 모양이므로 2015년의 페미니스트들은 슬프게도 다시금 선언한다. 

여성의 성은 상품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여성을 강간하고 추행할 자유는 없다.


#소라넷 #페미니즘


리리오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