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의 두 번째 미니앨범, 다시 가을이 오면.
규현의 두 번째 미니앨범, 다시 가을이 오면.


규현의 두 번째 미니 앨범 「다시, 가을이 오면」입니다.

광화문에서로 주목 받았던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발라드 트랙으로 채워낸 앨범. 최근에 발매한 종현과 태연의 솔로 앨범이 상당히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걸 생각하면, 장르 하나에 충실해서 만든 이 앨범은 메세지나 키워드를 전하려는 의도보다는 장르와 느낌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특히 규현의 발라드 앨범은 월간 윤종신에 참여했던 늦가을과 비교하면 멜로디나 편곡에서 상당히 90년대 발라드의 색이 군데군데 녹아있어요. 불후의 명곡2에서 규현이 기억의 습작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던 것을 SM에서 눈여겨 두었을지도 모르겠는.

​타이틀은 약간 특이하게도 '밀리언 조각'이라는 피진스러운 표현인데, 굳이 수백만이나 무수한 같은 말을 내버려두고 Million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서정적으로 들리는 발음인. 백만의, 무수히 많은 같은 표현들은 이미 어디선가 누군가가 썼던 말들이기도 해서 (ex 백만송이 장미라던지..) 나름대로 독창적인 워딩을 찾아낸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으로 좀 더 좋은 단어와 표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어찌됬든 타이틀에 어울리게 편곡도 전작인 광화문에서에 비해 인트로부터 다양한 세션의 사운드를 쓰기도 했고, 이런 편곡에서 중요한 부분은 화려한 세션에 보컬의 색이 바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최근 몇 년간 자신의 보컬에 어울리는 스킬을 가지게 된 규현인지라 이제는 이런 규모가 제법 있는 곡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점도 발전 요소인.

전형적인 90년대 발라드 M/V 스타일을 오마주한 밀리언 조각의 비디오
전형적인 90년대 발라드 M/V 스타일을 오마주한 밀리언 조각의 비디오


뮤비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순 없으니 뮤직 비디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

정말 뻔하고 닳고 닳은 스토리에, 배경이지만 90년대 발라드 장르라는걸 생각하면 이런 스타일보다 잘 어울리는 비디오를 만들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조규현과 고아라 둘이 너무 귀엽게 나오는 점도 좋은(...) 뭔가 기억에 남는 내용이나 씬을 만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90년대 발라드 곡 M/V에 대한 오마주로 가득 차 있는데. 우연히 만나서 풋풋하고 오그라드는 시간을 가진 후 무슨 이유로든 주인공 중 누군가가 죽는.. 한 때 이런 뮤직 비디오가 굉장히 많았었죠. 그럼에도 당시의 것들만큼 너무 심각하지 않게 90년대 뮤비를 재해석한 것 같습니다.


수록곡 이야기도 해야하는데 체력이 점점 소진되고 있.. 일단 앨범에서 유일하게 다른 방향의 장르인 피아노 숲 (Piano Forest)​은 전통적인 90년대 발라드 곡 세 트랙을 지나 비교적 세련된 네 곡들의 인트로 같은 위치에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5-7-6-4번 트랙의 순서로 배치했다면 좀 더 앨범 전체를 한 번에 듣기에 편했을 것 같아요. 발라드 곡들을 전부 보여주고나서 후반 트랙에 조금 다른 장르의 곡을 보여줬더라면 굉장히 깨끗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을텐데, 7번 트랙인 안녕의 방식 (Ways to Say Goodbye)​이 마지막 트랙으로 싣기에 적합한 곡이기도 하고 규현이 작곡한 곡이라는 상징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나온 트랙 순서라고 생각되는.

이번 앨범의 디자인 테마가 엽서라는 점도 90년대를 규현 음악의 메인 장르로 잡았다는 반증같은.
이번 앨범의 디자인 테마가 엽서라는 점도 90년대를 규현 음악의 메인 장르로 잡았다는 반증같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규현의 솔로 앨범이나 참여곡들에서 7년간의 사랑을 대신할만한 ​완성도의 곡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7년간의 사랑이 워낙 잘 만들어진 명곡이라서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좋은 곡으로 규현의 솔로 가수로써의 능력이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보여졌기 때문에 일종의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그럼에도 종현과 함께 SM에서 단기간에 복수의 솔로 앨범을 프로듀싱할 정도로, 회사도 팬들도 기대하고 있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에서 더 좋은 결과물을 가지고 나타날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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