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신(新) 오리엔탈리즘, NCT-127이 그리는 서울.

NCT는 지금 아이돌 시장에서 활동하는 그룹들 중 가장 복잡한 정체성을 가진 그룹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로테이션 형 보이 그룹의 완성형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설명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곡에 맞춰 유닛이 변화하는 NCT-U나 청소년 연합팀인 NCT-Dream, 올해 초 2018년을 기반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팀의 집합인 NCT-2018 등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진 유닛들이 NCT라는 브랜드 아래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쉬이 이해할 수 있지는 않다.

그중에서도 서울을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컨셉을 가진 NCT-127의 정체성은 매우 모호하다. 우선 '서울을 기반으로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설명을 듣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의 AKB48 시스템일 것이다. 특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진행하는 복수의 그룹들은 SM의 숙원사업이기도 했고, 이러한 포부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NCT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던 프리젠테이션(https://youtu.be/Ky5NvWsXnn8)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렇지만 '소방차(Fire Truck)'이후 NCT-127의 행보는 이런 포부 혹은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서울 기반 팀임에도 동일한 곡의 일본어 버전을 발표해 일본에서 활동을 하고, 지난달 12일에 발표된 [NCT #127 Regular-Irregular]에는 타이틀 곡의 영어 버전이 수록되기도 했다. 특히 타이틀 곡 'Regular'의 경우에는 영어 버전의 뮤직비디오가 가장 먼저 공개되어, 그룹의 미국 활동의 신호탄이 되었다. 그렇기에 NCT-127이라는 팀이 과연 NCT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팀인지 명확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호함은 시각을 내부에서 외부로 바꾸면, 보다 단순해지고 명쾌해진다. 그들의 음악과 세계관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말이다.

우선 음악적인 면에서의 [NCT #127 Regular-Irregular]를 바라보자. 샤이니의 세 번째 정규앨범의 구성과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 [The Missconceptions of You]과 [The Missconceptions of Me]은 청량하고 밝은 사운드와 거칠고 무거운 질감이 서로 대비되는 앨범이었다. 이 앨범에서는 'Interlude: Regular to Irregular'를 통해 두 사이드가 나뉘어 있다. 1번 트랙부터 5번 트랙까지 대체로 선율적인 구조와 트렌디한 사운드의 곡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6번 트랙을 기점으로, 거칠고 날 선 사운드와 직설적인 태도의 곡들이 연속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특히 7번 트랙 '내 Van'은 멤버들의 생활적이고 날 것에 가까운 가사로 앞선 트랙들에서의 '아이돌스러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런 태도와 메시지의 곡은 그동안 SM 아이돌들의 음악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특히 타이틀 곡인 'Regular'는 지금 가장 트렌디한 트랩과 라틴 팝을 접목한 스타일의 곡으로, 본격적으로 NCT가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그 활동 영역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멤버들의 화성을 강조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멤버들의 얼기설기 설킨 보컬을 날 것 그대로 섞어 내보내는 실험성은 이 앨범에서 가장 도드라진다. 'Cherry Bomb', 'BOSS' 등의 곡에서 텐션을 끌어올리던 태용과 마크의 랩 역시 그 어떤 때보다 가장 적극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번 앨범은 그동안 파편적인 구성으로 존재하던 NCT-127의 음악을 정규앨범의 형태로 가장 구체적이고 유기적으로 드러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앨범 전체를 느슨하게 감싸고 있는 NCT-127 자체와 그들의 활동 근거지인 서울, 그리고 K-POP이라는 성격 혹은 이미지다. 이 '한국적' 이미지는 빅뱅의 'BAE BAE'처럼 한복을 대놓고 보여주거나, BTS처럼 과장된 한옥 양식의 그래픽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80년대 홍콩 영화나 90년대 일본 아니메가 쌓아온 오리엔탈리즘적인 이미지를 계승한 것에 가깝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허름한 골목, 날 것 그대로의 한글 간판은 과거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진 홍콩과 구룡채성, '아키라'의 네오 도쿄 등을 많이 닮아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러한 장치들은 필연적이었을 테다. NCT-127이라는 팀이 청자로 설정한 집단은 한국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NCT-127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서울, 한국인이 봐온 서울과는 다른, 바깥의 갤러리들이 지금의 한국과 서울과 K-POP에 기대하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해외의 K-POP 팬들이 서울에 대해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쿨-아시안 이미지나 특유의 도회성, 액티브함의 기대감이나 판타지를 시각적으로 또 음악적으로 구현해낸 결과이다. 지난 앨범들보다 팝 트렌드를 반영하려 한 시도나, 랩이 중심이 된 타이틀 곡, 영어 버전으로 발표한 타이틀 곡은 이렇게 (영어 사용권 국가 팬들의 입장에서) 이국적이고 힙하고 서브컬처적인 이미지들을 좀 더 '덜 너드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도록 하는 중화제의 역할을 한다. 와패니즈나 긱(Geek)들이 좋아하는 오타쿠적인 서브컬처가 아니라, 이국적이고 쿨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으로 보이도록.

사실 이러한 행보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2017년 발표한 '無限的我 (무한적아;Limitless)'에서는 유니크한 사운드와 함께 한국 시골과 폐공장의 러프한 비디오가 공개되었고, 멤버 텐의 솔로곡 '夢中夢 (몽중몽; Dream In A Dream)'에서는 중국도 일본도 한국도 아닌 '동양 그 어딘가'의 이미지가 강렬한 네온 색채와 더불어 오리리엔탈리즘적인 선율을 들려준 바 있다. NCT를 통해 나타나는 서울과 한국의 이미지는 서양이 극동아에 가지는 신 오리엔탈리즘에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과거의 것들보다 좀 더 트렌디하고, 힙해 보이는 형태로. 그리고 NCT와 SM엔터테인먼트는 그러한 기대와 판타지에 그 어느 그룹이나 기획사보다도 가장 적극적으로 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NCT-127은 앞으로도 서울과 한국, K-POP에 대해 많은 것들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서울이 우리가 알던 그 서울이 아니라는 점 역시 확실하다.


트위터 : Lirio_0315

리리오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