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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영, 본질로의 환원 혹은 여정

'Over My Skin'의 발매 전후로, 티파니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감의 원천이 된 브리트니 스피어스, 퍼렐, 스파이스 걸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팀벌랜드 시기의 팝 씬에 대해 언급했다. 이외에도 도나 썸머, 마돈나, 자넷 잭슨 같은 전통적인 여성 팝 가수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티파니는 'Over My Skin'를 통해 이 시기의 팝을 재해석하고,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의 근거지가 이 곳에 있음을 선언한다.

2016년 솔로 앨범 [I Just Wanna Dance]와 'Heartbreak Hotel', Far Eaet Moverment와 함께 작업한 'Don't Speak'에서 보여준 티파니의 존재감은 소녀시대의 티파니와는 차이가 있다. 소녀시대 멤버로서의 티파니는 특유의 성량과 음색, 화려한 무대연기를 주로 보여줬지만 솔로 활동에 있어서는 호흡의 강약을 조절하며 절제된 보컬과 퍼포먼스를 담았다. 

그렇지만 [Over My Skin]의 티파니는 그 두 행보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강한 리듬과 직설적이고 관능적인 가사, 보컬 사운드를 크게 조정하지 않는 등 'Over My Skin'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기 R&B 팝 댄스의 특징을 강하게 띄고 있는 곡이다. Jonathan Yip과 같은 프로듀서의 손길로 각 사운드 요소들이 절제되어 있지만, 강한 리듬과 직설적이고 관능적인 가사, 그루비한 비트 위에서 노래하는 풍부하고 글래머러스한 질감의 보컬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같은 당시 여성 팝 아티스트들의 초기 곡들을 연상하도록 한다. 특히 티파니가 작사에 참여했다는 점은 그의 음악적 영감이 이 당시와 과거,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팝씬에 있다는 것을 매우 나타낸다.

"I got this vision in my mind", "This woman woman woman wants you bad", "Do nasty things and you don't judge me"같은 가사는 팝 댄스곡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사로 평이하게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K-POP 걸그룹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의 논란과 스캔들에 시달려야 했던 티파니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 가사들은 그 자체로 전복적이면서도 선언적인 맥락을 가진다. 걸그룹에서 독립하거나 솔로 활동을 병행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이 정도로 직설적인 메세지를 전달한 경우는 매우 드룰다. - 이효리도 3집 활동에 들어서고 나서야 작사 활동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국인이고, 미국 에이전시와 계약했으며, 미국에서의 활동을 선언한 티파니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보이다. 그리고 이는 티파니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미국 출신으로서, 보아의 스토리는 제가 집을 떠나 새로운 곳을 정복하고 환영받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게 했어요. 저는 10년이 걸렸지만요."

티파니는 10년간 케이팝 업계에서 이방인으로 존재했고, 그의 많은 면들이 쉽게 놀림거리가 되거나 지워져왔다. 이를테면 그가 과거부터 동세대까지의 주류 여성 팝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좋아하며 추구한다는 사실이나, 적극적인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핑크색과 글래머러스한 패션 아이템들을 좋아한다는 것 등을 티파니는 숨긴 적이 없다. 그러나 그런 정체성들은 묻혀지거나, 웃음의 소재로 쓰여졌다. 

스스로 '내 안의 캐리 브래드쇼를 찾는다'고 비유할만큼 티파니의 세계관은 미국 주류 미디어의 작품들로 이루어져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시대의 음악에서 마돈나와 자넷 잭슨, 도나 써머의 곡들로 거슬러 올라가며 스스로의 음악적 뿌리를 찾았다는 고백 역시 그러하다. 사실 이런 주류 콘텐츠들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사랑해온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것들을 만들거나 시도하기 어려운 것 역시 K-POP 업계의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티파니는 주류와 비주류, 소녀시대 티파니와 '티파니 영' 사이에 어중간하게 위치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Over My Skin'은 단순히 K-POP 아이돌이 미국에 와서 미국적인 것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Over My Skin'은 K-POP 아이돌로서의 새로운 시도, 티파니 스스로의 본질과 정체성으로의 환원, 주류 팝에 도전하는 동양인 아티스트, 프로듀서와 대중의 입맛에 따라 활동하는 전통적인 아이돌에서 독립적인 여성 아티스트로의 성장 등 많은 가치를 지닌다.

"가사를 읽으면 그냥 섹슈얼한 곡일지 모르지만, 이건 나는 행복하고, 준비되었고, 그 자체로 완전한 사람이라는 내용이다. 주도권을 잡고 해방되는 것에 대한 노래다." _Paper Magazine 인터뷰 내용 중

티파니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 새로운 도전이 많이 담긴 곡인만큼 이 곡이 팝 씬의 본토, 그것도 LA에서 공개되었기 때문에 'Over My Skin'이 평이한 주류 댄스 팝으로 여겨지기 쉽도록 한다는 사실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아직까지도 정식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지 않은 홍보 과정 역시 그렇다. 그렇지만 가장 성공한 K-POP 그룹의 멤버이자 동양인이며, 90년대와 2000년대의 주류 팝 씬을 음악적 배경으로 둔 티파니의 복합적인 정체성에 대한 첫 표현이자 선언이라는 점에서 이 곡은 티파니에게도 팬들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집(Hometown)으로 귀환했지만, 커리어적으로 새로운 여행을 떠난 셈이다. 아직은 아쉬움보다도 기대를 걸 만한 행보이다. 티파니 영은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많고, 그것들을 이룰 수 있는 곳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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