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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블랙핑크의 다음을 기대한다


데뷔 2년만에 처음으로 발표된 미니앨범이라는 점이 이 앨범에 대한 높은 기대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다. 블랙핑크라는 팀은 비슷한 세대의 어떤 그룹보다도 좋은 출발을 했고, 흐름을 잘 타고 있는 팀이다. 2NE1으로 대표되던 YG 스타일의 걸스 힙합 장르에 대한 그리움을 대중들이 가지고 있었고, 특징적이고 '쎈' 걸 그룹에 대한 갈증이 차오르던 시장 상황에서 블랙핑크의 데뷔는 특별했다. 데뷔곡이었던 '휘파람'과 '붐바야'를 함께 히트시키고, '불장난'에 이어 '마지막처럼'까지 모든 활동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그룹은 흔하지 않다. 데뷔 시점부터 완성된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멤버들은 여전히 강력한 차별화 요소다. 그런 팀이 약 1년간 준비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기다린 것은 당연할 것이다.

사실상 프로듀서 테디와 YG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팀인만큼, 이번 앨범 역시 이전의 발표곡들과 비교했을 때 테마에서도 곡의 자체의 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YG의 흥행 공식이 집약된 팀과 앨범인만큼 음원 차트에서도 여전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빅뱅이 활동을 쉬고 있는 지금 YG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강조하고 이어가고 있는 팀은 블랙핑크가 유일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핑크 'SQUARE UP' 커버 이미지.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SQUARE UP' 커버 이미지. ⓒYG엔터테인먼트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도 컨셉적으로도 이미 과거에 선보인 적이 있는 스타일을 계속 고수해나가고 있는 모습은 YG의 작업 철학에 대한 우려를 가지게 하기도 한다. 블랙핑크는 데뷔 당시부터 2NE1이 이미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음악적 정체성을 '과하게' 고수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그들이 활동 2년차에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같은 점에 대한 지적이 가능하다는 것은 YG의 스태프들과 프로듀서가 일종에 매너리즘의 빠져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후렴구에서의 드랍, 이전에 발표한 곡들의 가사를 인용하거나 암시하는 작사, 이국적이고 강한 비트와 같은 요소들은 이미 우리가 2NE1의 음악에서 접한 것들이다. 더 정확히는, 프로듀서 테디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약 9년간 이 스타일이 YG에 있어 독특한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해주었고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테디-2NE1-블랙핑크의 스타일은 YG의 고전인 동시에 현재이다. 그렇지만 다른 팀, 다른 멤버들, 다른 시간대라는 환경을 가지고 비슷한 작업물만을 생산해내는 것은 프로듀서와 레이블에 있어 긍정적이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박진영 프로듀서의 작업 방식을 돌이켜보자. 그 역시 고집스러운 작업 방식을 취했던 시절이 있었다. 엄정화, 박지윤, 아이비 같은 여성 가수들과의 협업에서 그는 늘 서로 비슷한 장르와 이미지 컨셉의 것을 만들었다. "공기 반, 소리 반"이라는 철학으로 소속 가수들의 창법을 유사하게 만드는 그의 트레이닝 방식 역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이 그에게 큰 성공을 가져온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결과가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 현재 JYP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트와이스, 갓세븐, 데이식스 등의 팀들에서 박진영 프로듀서 특유의 색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다. 더 이상 그의 스타일과 작업 방식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일선에서 프로듀싱한 팀인 미스에이와 2PM은 그 과도기적 시기를 보내며 팀이 해체되거나 박진영 프로듀서의 그늘 아래서 벗어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YG와 프로듀서 테디, 그리고 블랙핑크는 여전히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 국내외의 많은 팬들과 대중들이 그들의 곡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K-POP에 대한 관심은 유래없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굴지의 대형 레이블인 YG와, 주요 프로듀서인 테디와, 어떤 그룹들 보다도 강한 존재감과 눈에 띄는 실력을 지닌 블랙핑크 멤버들이 YG의 고전-현재를 반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을 준비한다면 K-POP의 판도는 한 번 더 크게 뒤바뀔지 모르는 일이다. 흥행공식이 아닌 비전을 보여주는 일은 대형 레이블이 수행해야 할 과제이다. 그리고 YG는 이 과제를 수행하기에 가장 최적의 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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