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 (End of a day) , 앨범 전체를 떠다니는 외로움과 위로

1번 트랙이면서 타이틀곡인 하루의 끝 (End of a day)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자우림의 샤이닝, 김윤아 솔로 Going Home같이 일상의 고단함과 위로를 담아낸 -종현이 진행하는 푸른밤과 가장 유사한 느낌의 곡이에요. 퇴근 후, 혹은 퇴근 중의 사람들이나 야근 중인 분들이 많이 듣는 라디오인지라 프로그램 자체가 하루의 끝끝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사람을 위로해주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동안 DJ를 하며 많은 사연들을 받은 경험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은. 아이돌인 종현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새벽 2~3시나 되야 집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처럼 만들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한번 씩은 가사로 써내는 키워드가 힐링이기도 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와 닿거나 그와는 반대로 너무 뻔한 곡이 될 수 있었는데, 감각적인 가사 덕분에 뉴에이지 피아노 곡 같은 세련되고 무게 있는 발라드가 나온. 자기 감정을 담아내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가사를 쓰는게 정말 어려웠을텐데 종현이 작사실력이 유감없이 나온 것 같네요.

​뮤직비디오도 최대한 주인공의 사적인 이야기를 덜어내고 귀가와 기다림의 장면만 보여주는데, 배경을 일본(아마도 도쿄)으로 선택한 건 아주 탁월한 선택같아요. 현대인의 외로움=도쿄라고 해도 될 정도로 도쿄를 거대하고 개인적인 공간으로 풀어낸 작품들이야 워낙 많고 서울보다 깨끗하고 예쁘고(..) 감성적인 일본 영화를 한 편 본 기분인.



트랙들의 연관성​.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야기

바로 이어지는 트랙인 U&I는 분위기를 상당히 바꿔버리는데 이것도 역시 푸른 밤 DJ인 종현이 자신이 화자라는 느낌인. 가사 자체도 연인 혹은 친구, 가족이라던지 해석할 여지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 에 대한 곡인 것 같아요. 미디엄 템포의 부담없고 가벼운 멜로디라서 계속해서 듣기 편하기도 하고. Like You나 내일쯤 (Maybe tomorrow)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야하는게 맞는 듯 해요. 02:​34 마지막에 나오는 멤버들의 생생한 술자리 음성이 이 트랙들의 분위기 자체라고 볼 수 있겠죠. 좋아하는 사람들과 감정들을 공유하는. Happy Birthday는 의외로 정석적인 재즈곡이지만 메세지는 바빠서 생일 축하받을 일 없이 회사에서 썩다가(...) 밤 늦게 온 생일축하 카톡 같은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트랙을 들으면서 종현은 정말 흑인음악에 전반적으로 어울리는 보컬이구나 싶었던.)

그와는 반대로 산하엽(Diphylleia grayi)​은 오리엔탈 풍의 발라드 곡인데, 철저하게 슬픔과 외로움을 담은 곡이라 음악적으로는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상당히 동떨어진 트랙​인데 위에 언급한대로 앨범의 주제가 사람들의 외로움과 위로라고 생각하면 이 곡에 종현이의 감수성을 여기에 몰빵했다고 봐도 될 것 같읍니다. 몇 번이고 "시간이 지나‥" 를 거듭하면서 마치 울음에 목소리가 묻히는 것 같은 사운드 때문에,  앨범에서의 이 곡의 존재감은 너무 강한데, 다음 곡이 네가 태어난 것은 축복이라고 말해주는 Happy Birthday라는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그 다음 트랙인미안해 (I`m sorry) 역시 자기 연민에 빠져 누군가를 상처입힌 화자가 용서를 구한다는 면에서 같은 발라드 곡이더라도 산하엽과는 메세지를 조금 달리하는 곡. 개인적으로 저런 사과를 받아 본 적도, 해 본 적도 굉장히 예전이라서 몇 번이고 들었네요.



가사 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정교한 편곡 과정을 거쳤어요. 라디오 본방에서 나온 버전을 들어보면 좀 더 심플하고 소박한 편곡이었​는데,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산하엽에 스트링 사운드를 넣거나, 멤버들의 리얼한 음성을 그대로 집어넣는 것 같은 다양한 시도들을 했네요. 라디오에 나온 버전과 음원 발매된 버전을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소리에 상당히 예민하다고 밝인 종현이라 편곡도 배우면 잘 할 것 같아요.

전에 데자-부 (Déjà-Boo)가 자신의 음악의 정체성을 나타낸다는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었었는데 이 앨범으로 좀 더 김종현이라는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분 좋네요. 솔로로 나오기가 힘든 SM에서 종현의 음악성을 굉장히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있지 않았나 싶고. 사실 산하협과 Happy Birthday을 제외하면, 멜로우한 힙합 비트의 곡들은 사람 목소리가 입혀진 곡들 보다 instrumental 버전을 더 좋아하는 제 취향에서 약간씩 벗어난 곡들인데도 완성도가 높은 곡은 좋게 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그러니까 여러분 음원 사고 앨범 사고 스트리밍도 해주세요..(소심)


#리뷰 #샤이니 #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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