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패션 업계의 용어인 'it' 을 모를 수 있다. 관심없는 세상의 어디있는지도 모를 긴 이름의 디자이너 이름과 브랜드 이름을 모를 수 있다. 사람의 몸은 하나이고 수명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세상 곳곳의 분야를 섭렵할 수 없겠지. 특히 이 글을 쓴 송혜진 기자는 광화문, 그것도 조선일보의 기자이니 그의 직장 주변인물들이 패션과 스타일에 대해 잘 알것이라고 생각하면 그건 조금 무리한 부탁이리라. 외국의 메이저 브랜드를 패션의 바이블로 아는 '패션 꼰대'들 역시 존재하고, 트렌드를 숭상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고 분개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 칼럼은 '재수없는 패션피블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웃은' 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그의 칼럼에서 서술되었던 주변 인물들, 일명 '조꼼례'의 발언들. “야, 네가 기자냐? 컴퓨터 가방(it Bag)이 100만원이 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이런 걸 신문에 실을 수가 있지?” “너 지금 패션 담당이라고 시위하는 거냐? 지금 금색 신발 신는 여자라고 우기고 싶은 거야?” “이야, 목사 패션이네.” “그거, 설마 베개냐?” 는 전혀 읽혀지지 않은 비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웃자고 하는 농담치고는 공격적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헛웃음이 나온다. 송혜진 기자의 칼럼은 다년간의 이런 수많은 유쾌하지 못한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몹시 크다. 보수적 분위기의 조선일보의 문화부 여성 기자. 그녀가 만약 남성, 그것도 더 높은 직급의 남성 기자였다면 과연 똑같은 발언들을 듣게되었을까? 뒷담은 들었을지언정 그 누구도 그의 면전에서 무례한 농담과 지적을 하지 못했으리라는걸 우리는 잘 알고있다.


'패션 격차'는 단순히 패션 피플-비패션 피플의 양자구도로 이해되서는 안되는 글이다. 비록 타이틀에서 '패션 격차'라는, 오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했지만 그 글의 속의 에피소드들은 패션 피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송혜진 기자는 문화부 기자로써 패션계의 명사를 취재하고, 그녀의 취향에 맞는 옷을 입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란제리만 입거나 파티룩을 입고 직장에 나타난게 아니라면, 패션계의 기사를 쓰기위해 얼토당토 않게 수도원에서 취재를 해온게 아니라면 그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적어도 '패션 격차' 기사에서 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기 시작한건 조꼼례들이고, 송 기자는 기자답게 칼럼으로 응수했을 뿐이다. 이 칼럼의 배경에서 뿌리깊은 여성혐오를 읽어낼 수 없다면 당신은 비 패션 피플-남성일 확률이 크다. 축하한다. 당신은 적어도 광화문의 조선일보 문화부에서 옷차림으로 지적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사람은 자신이 관심없는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를 수 있고 꼭 알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에 대해 공부해야할 필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단지 옷차림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말아야하는것이 마땅하다. 적어도 이 칼럼에서 언급된 편집장처럼 송 기자의 빈약한(웃음) 비유에도 나름대로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바람직하다. 기자로써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컴퓨터 가방' 운운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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