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차별에 직면하기 쉬운 환경이다. 혹자는 그것을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인한 성장통이라고 설명하고 다른 누군가는 천부인권과 평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인 다수의 미개함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것도 설명들만이 난무할 뿐 구체적으로 차별을 금지하자는 목소리는 아직까지도 미미한 수준이다. 장애인, 성 소수자, 여성과 같은 사회적 2등 시민들은 1등 시민인 비장애인-이성애자-남자들이 살아가는 세계에 자신을 차별하지 말아달라는 비명을 내지른다.



차별이 법적으로 범죄가 아닌것이 되는 상황은 갖가지 이유로 누군가가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2등 시민으로 격하시키는 행위를 용납해버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차별 행동이 단지 죄가 되지 않는 행동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개인의 취향 내지는 타고난 성격의 연장선으로 여겨지고 그를 묵과하는 데 있다. 하지만 취향과 차별은 엄밀하게 다르다. "긴 생머리의 여성이 좋다."라는 명제는 취향이지만 "단발이거나 펌을 한 여성은 진정한 여성이 아니다'"라는 명제는 차별이 되는 것을 많은 1등 시민들은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혐오를 취향의 그림자에 감추어버리고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혐오를 정당화해버린다. 게이는 남자를 노리는 예비 강간범으로, 장애인은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우생학적 실패자로, 여성은 남자의 재력을 재고 그를 이용하려는 김치녀로 만들어 그들의 혐오는 투쟁이 된다. 1등 시민들의 세상에서 이러한 혐오와 차별은 아무런 문제시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혹은 세련되게 정제된 형태로 일상생활과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소비된다.


된장녀-루저녀로 인터넷에서 불거진 여성에 대한 혐오는 미지의 절대 악인 김치녀라는 존재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그에 부합하는 여성들을 김치녀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격하시키는 수준으로 발전(?) 했다. 남자들을 재고, 이용하고, 무시하는 김치녀는 그들에게 혐오의 발산 이유이자 고대의 악마처럼 공포의 대상이다. 더불어 그들은 김치녀의 정 반대의 존재이자 악의 반대. 그들이 생각하는 '착한 여성'의 기준에 부합하는 개념녀라는 우상을 만들어내 여성들에게 그와 같이 살게끔 종용한다. 나를 찾아줘 Gone Girl 에서 에이미가 자신의 남편에게 연기했던 Cool Girl이 아마도 그와 매우 유사한 존재일 것이다. 똑똑하고 주체적이지만 남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고, 성적으로 문란하지 않지만 원할 때 오럴을 해주고, 남자에게 화를 내지 않는. 여성들이 백마 탄 왕자님의 환상을 버리는 나이가 될 즈음에 그들은 개념녀/Cool Gorl을 창조해 내 어디선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성녀와도 같은 그녀를 기다린다. 그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들을 조롱하고 비아냥대면서.



옹달샘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나온 여성 혐오 발언은 단지 그 수위가 높았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1. 자신의 취향이 아닌 여성들(성 경험이 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 차별을 했고 2. 여자들은 남자보다 멍청해서 과거를 털어놓는다는, 개그성도 풍자도 전혀 없는 괴상한 주장을 했으며 3. 저급한 내용을 가장 저열한 언어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성 경험이 없는 여성이 그들의 취향이라는 대목 자체도 이미 비판받을 수준의 사고지만 성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창녀, 개보지 같은 모욕적인 단어로 표현했다는 점은 그들이 평소에 여성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봤는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장동민의 경우에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적인 혐오 발언을 수차례 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그 발언들은 참으로 일관성 있는 그의 마음속을 보여준다. 처녀가 아닌, 생각하는, 주장하는 여성은 그의 '욕 개그'의 대상이 된다는.


팟캐스트의 처음 사과방송, 이후의 사과들은 그들이 과연 뭘 잘못했는지 아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조악한 수준이었다. 마치 초등학생의 반성문처럼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의 반복일 뿐 자신이 무엇을, 누구에게 잘못했는지. 그 잘못을 반성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자신이 사과하는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다. 자신들의 발언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나온 음담패설' '노력하다보니 나온 오버' 치기' 정도로 표현된다. 비슷한 잘못을 했던 김구라의 경우 방송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후 (그것이 비록 대부분 문희준에 대한 사과였을지라도) 위안부 비하 사건 당시 김구라의 사과문을 읽어보면 자신의 과거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왜 그랬고, 그를 반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나타나있다. 사과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지금쯤이면 반성하고 있을 것이다." 내지는 "진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도였으면 차라리 좋았으리라. 인터넷에서,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옹호의 수준은 남자들은 다 그렇다, 웃자고 한 소리에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 보기 안 좋다, 사람 인생을 끝장내려고 그러냐,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다. 위에서도 말했듯 이것은 뿌리 깊은 여성 혐오와 여성의 2등 시민화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옹호들. 장동민을 두둔했던 방송 PD 역시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고 그를 감싸주었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 PD라는 상위 권력에 존재함을 망각한 주장이다. 우리는 이미 장동민의 욕과 호통이 누구를 향해있는지 방송을 통해 확인했다. 당장 무한도전 방송 중 식스맨 특집을 보도록 하자. 그가 연예계 주먹이라는 이훈에게, 이동준에게 큰 소리 한 번이라도 냈는지 확인해보고, 그의 개그가 그저 개그의 의도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여성에 대한 혐오, 군 후임에 대한 폭력, 그리고 부모에 대한 패륜까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성의 바닥을 보인 그들의 발언에 대해 인간적으로 동정심을 느낀다면 몇 년 전의 '루저녀'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작가가 써 준대로 말한,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한 그녀는 어떻게 되었는지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이것은 단순히 방송인이 망언을 하고 그에 대해 지탄을 받는 이야기가 아니다. TV에 자주 나와서 재밌게 보던 사람이 스스로 판 곤경에 빠진 게 안타까운 것은 이해하겠으나, 이것은 옹달샘의 망언이 불쾌했다는 수준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개그일 뿐이라는, 남자는 다 그렇다는, 문제의 본질을 망각한 발언들과 사과했으니 용서해주자는 위대한(웃음) 자비의 의견들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사적으로 지인과 친구들에게 따뜻하고 착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지긋지긋하고 오래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 사건은 1.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찬 그들의 사상 2. 그것을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내비친 행동 3. 그것을 묵과하고 옹호하는 1등 시민들의 태도에 그 핵심이 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들끼리, 그야말로 평소에 벌어질 법한 감정싸움을 했던 두 여자 연예인은 천하의 나쁜 년이 된 상황에서 한국 여성 인구 대부분의, 성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싸잡아 창녀로 비하한 남자 개그맨들에게는 참 놀라운 관용을 베푸는 사회는 절대로 제대로 된 사회라고 부를 수 없다.



물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 차마 쓰인 글로 읽기에도 불쾌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온 장동민과 옹달샘이 정말 기회와 용서를 바란다면 먼저 진정성 있고 자기반성과 자기성찰이 드러나는 사과문부터 다시 써야 할 것이다. "아 내가 그냥 다 잘못했어. 응?"이라며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사과 비슷한 것으로 화난 여자친구를 달래려는 것 같은 시도는 접어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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