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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K-POP 곡들의 지역성에 대해.


텐 'New Heroes' 자켓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텐 'New Heroes' 자켓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지난 달 6일 NCT의 멤버 텐이 SM스테이션을 통해 ‘New Heroes’를 발표했다. 태국인 멤버가 부른 영어로 된 곡이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그 기원부터가 흥미로운 곡이다. 'New Heroes'가 발매되기 1년 전에 공개한 '몽중몽' 역시 동일한 성격의 곡이었다. 지난 1월 소녀시대 멤버 유리는 ‘Always Find You’를 발표하며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을 동시에 공개했고, 같은 그룹의 멤버 효연 역시 지난 달 18일 싱글 ‘Sober’를 발표하며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의 곡과 비디오를 공개했다.

이 곡들의 독특한 공통점은, 분명히 국내 회사를 통해 발표된 곡들임에도, K-POP의 언어적〮지역적 정체성을 띄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북미 팝 시장에 현지화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들 역시 아니라는 점이다. 보아나 동방신기가 일본 내에서, 일본 회사를 통해, 일본 작곡가들이 만든 일본어로 된 곡들로 활동한 것 같은 적극적인 현지화를 위의 곡들은 거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에서의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곡들도 아니다. 효연과 유리, 텐은 이 곡들로 국내 활동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곡들은 그저 온라인 상에 ‘발표된 상태’로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외국의 K-POP 팬들 사이에서는 점점 그들에게 익숙한 구성의 곡들을 발표하고 때로는 완전히 영어로 된 가사가 나오기도 하는 K-POP의 현재에 대해 “이것을 K-POP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종종 이루어지기도 한다. K-POP이라는 카테고리의 울타리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것인지, 그렇게 확장된 범위를 과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K-POP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그렇다면 K-POP의 종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곡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련의 곡들을 K-POP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곡들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단지 한국의 레이블에서 발표된 곡이 K-POP인걸까? K-POP의 지역성은 이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유리 'Always Find You' 뮤직 비디오 중. ⓒSM엔터테인먼트
유리 'Always Find You' 뮤직 비디오 중. ⓒSM엔터테인먼트

 유리의 ‘Always Find You’와 텐의 ‘New Heroes’는 장르적으로 퓨처 베이스 기반의 댄스 팝이라고 소개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퓨처 베이스 장르를 기반으로 했다는 표현은 '트랩에서 비트를 차용하고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나 90년대 흑인 음악 샘플링을 쓰고….'를 좀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의미에서 쓰이곤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곡들의 장르적인 정체성을 설명하는 것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두 곡은 퓨처 베이스 장르 특유의 실험성을 배제하고 팝적으로 풀어낸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몇 년간 K-POP, 특히 아이돌 팝 씬에서는 장르의 전통적인 문법을 따르기보다는 여러 장르적 요소들을 촘촘하게 엮는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향이 짙다. 효연의 ‘Sober’를 포함해 지난 2년간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트로피컬 하우스 기반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곡들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에 더해 대중음악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장르들는 더 이상 그 지역성을 특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겹치거나 나뉘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K-POP의 장르적 지역성에 대한 의문이 퓨처 베이스 장르 도입 이후에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일련의 곡 안에서는 K-POP의 언어적 지역성 역시 모호해진다. K-POP이 한국의 음악임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가장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한국어로 된 노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곡들은 영어 가사로 된 버전과 곡의 정체성을 공유하기도 하고, 아예 한국어가 부재하기도 하다. 소녀시대 전 멤버 제시카 역시 영어 가사로 된 타이틀 곡 뮤직비디오를 함께 공개하고 있고,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도 ‘LOONATIC’의 영어 버전을 프로모션 곡으로 선보인 바 있다. 한국인 아티스트가 영어로 된 곡을 발표했다면 그것은 어쨌든 한국 음악인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미국인인 제시카나 태국인인 텐이 영어로 된 곡을 노래한다면 그 곡들을 K-POP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텐 '몽중몽' 뮤직 비디오 중. ⓒSM엔터테인먼트
텐 '몽중몽' 뮤직 비디오 중. ⓒSM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와 같은 시각적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더욱 복잡하다. 한국대중음악의 뮤직비디오 역시 외국의 트렌드에 따라 변모해왔다. 마이클 잭슨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의 비디오를, 때로는 일본 아이돌의 비디오를 차용하고 참고하면서. 이를 통해 ‘화려한 세트장에서 멤버들이 춤을 추고 단독 샷이 나오는’ 구성의 한국의 아이돌 팝 뮤직 비디오 형식이 2000년대의 어느 즈음에는 자리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후에 레이디 가가와 같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데뷔를 한 신인 팝 아티스트들이 아트 필름과 파인 아트, 행위 예술과 같은 요소들을 뮤직비디오에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국내 아이돌 팝 비디오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서브컬쳐나 SNS에서 소위 ‘미학적(Aesthetic)’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80년대 복고적인 양식이나 일본의 80~90년대 애니메이션, 왕가위 영화를 연상하게 하는 강한 색채감, 구조적인 이미지가 유행하고 현대 대중미술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 특히 텐의 ‘몽중몽’ 뮤직 비디오가 이러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팝 뮤직 비디오와 국내 뮤직 비디오 사이의 시각적 양식의 차이가 좁혀지며 위의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K-POP의 공간적-시각적 지역성은 불분명해진다.

HYO(효연) 'Sober' 자켓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HYO(효연) 'Sober' 자켓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여전히 K-POP씬에서는 주로 한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들이 한국어로 된 노래를 하며 한국에서 활동을 하는 것이 가장 주된 활동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K-POP의 많은 요소들이 탈-지역적으로 변모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콘텐츠’라고 사람들은 인식한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몇몇 유럽 국가의 대중음악시장은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경험했다. 독일의 Monrose가 발표한 ‘Hot Summer’ (f(x)의 동명의 곡의 원곡이다.)나 프랑스의 Uffie가 발표한 ‘Pop and Glock’, Era Istrefi의 ‘Bonbon’, 스웨덴 가수 Emma Bale의 ‘Run’, ‘Fortune Cookie’ 같이 유럽의 아티스트들이 영어로 발표해 현지 시장과 팝 시장에서 오르내린 곡들이 먼저 있었다. 이 아티스트들은 영어로 된 곡들을 발표했으나 텐과 유리, 효연과 마찬가지로 이 곡들로 적극적인 미국 활동을 하며 현지화 아티스트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곡들을 유럽 음악으로 분류해야 할까, 팝으로 분류해야 할까?

 

국내의 몇 기획사들이,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발표하는 곡들은 K-POP이라고도, POP이라고도 부르기에도 모호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곡들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일련의 곡들은 일단은 K-POP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일견 한국 대중 음악의 범위에 속해 있는 것 같지만 한국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그렇다고 팝 시장에 적극적으로 편입되려 하지도 않는 태도의 곡들이 언제까지나 K-POP의 카테고리로 인식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K-POP의 공급자로서 활동하는 외국인 멤버가 많아질수록, 한국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을 (특히 미국에서의 성과를) 기대하는 기획사가 늘어날수록 모호하고 불분명한 정체성의 곡들 역시 더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LOONATIC' 뮤직 비디오 중. ⓒ블록베리엔터테인먼트
이달의 소녀 오드아이써클 'LOONATIC' 뮤직 비디오 중. ⓒ블록베리엔터테인먼트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K-POP의 종주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곡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일련의 곡들을 K-POP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곡들은 어디를 향해 있는가? K-POP의 지역성은 이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K-POP이라는 지역-음악적 카테고리 자체에 대한 재정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K-POP과 북미 팝 음악이 지역적으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해 비교하고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가수가 한국 사람이니까’, ‘이 곡을 발표한 레이블이 한국 회사니까’ 같이 단순한 대답으로는 현대 대중음악의 지역성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현대 대중 음악에 지역적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 새로운 유형의 곡들을 정의하고 분류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있다. 지역적으로, 언어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특정한 방위를 향해 나아가지 않으며 지역 경계선 사이를 부유하며 돌아다니는 곡들을 우리의 안에서 완전히 따로 분류하는 것이다. 많은 예술/문화 분야에서는 북미에서 시작한 팝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역성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찾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있다. 그러나 팝 문화는 20세기를 지나며 더 이상 북미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고, 북미의 아티스트들이 씬(Scene)과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새로운 상황이 놓여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나오는 작업물들은 한국대중음악으로부터도 유럽으로부터도 미국으로부터도 벗어나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K-POP의 지역성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이 한국-지역적인가?”에 답하기에 앞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무엇이 지역적이고 무엇이 지역적이지 않은가”에 대한 답을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지역적이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경계심과 낯섦을 뒤로 하고 말이다.


[디아티스트매거진]에서 아이돌 이야기를 합니다. 트위터 계정 : @loveless0315 @2nd_Li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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