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EXID의, 과거도 현재도 아닌 곳으로의 여행

※ 4월 5일 [디아티스트매거진]에 개제한 칼럼입니다.


EXID '내일해' 커버 이미지.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EXID '내일해' 커버 이미지.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가까운 과거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에 비해, 좋은 레트로 작업물을 만드는 것은 자체는 어려운 일이다. 레트로의 근거가 되는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노스텔지어적인 경험을,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롭고 독특한 역동성을 모두 제공하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하면 과거를 어설프게 흉내내는 코스프레 쇼가 되거나, 과거의 스타일을 너무 많이 답습한 나머지 '복고'가 아닌 '복제'가 되어버리기도 쉽다.

최근 3년간 이런 요소를 갖춘 메이저 씬의 작업물은 원더걸스의 [REBOOT], [Why So Lonely],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 정도였다. 이 앨범이나 곡들의 공통점은 과거에 대한 현대의 오마주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원더걸스의 곡들은 80년대의 음악과 무대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비디오만큼은 매우 현대적인 서브컬쳐 취향 (흔히 '텀블러Tumblr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까웠고, 아이유의 앨범은 아이유 개인의 취향에 의해 70년대부터 90년대, 2000년대 초까지를 포괄적으로 포크와 아날로그라는 키워드로 묶고 있었다. 그에 반해 EXID의 '내일해'는 거의 모든 요소를 90년대로 회귀시킨 경우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일해'가 회귀주의적인 작업물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EXID '내일해' 뮤직비디오 중. ⓒEXID 공식 유튜브 채널
EXID '내일해' 뮤직비디오 중. ⓒEXID 공식 유튜브 채널

‘내일해’가 배경으로 하는 시공간은 90년대다. 특히 뉴 잭 스윙 장르의 댄스곡 크게 유행하던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레퍼런스를 두고 있고, 그 장르적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인트로가 흐르는 동안 나오는 '힙합적'인 추임새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익숙하고, 두 번째 훅이 나오기 직전에 들리는 정화의 고음 애드리브는 당시의 머라이어 캐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90년대의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안무 동작들도 눈에 들어오는 요소 중 하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싱글에서 가장 90년대적인 느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뮤직비디오 안에 있는 여러 장치들이다. 노이즈가 낀 저화질의 영상과, 카메라가 위와 아래를 산만하게 오가며 멤버들을 찍고 있는 촬영 기법, 조잡한 전환 효과, 간간히 나오는 슬로우 모션 연출 전부가 90년대의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던 효과와 연출이다. 뮤직비디오는 이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곡과 안무, 시각적 장치 모두가 거의 완벽하게 90년대의 것을 재현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과거 스타일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곡은 복고’풍’이 아닌 ‘복고’ 그 자체에 가까운 회귀주의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곡을 소화하고 있는 EXID의 멤버들은 매우 현재적이고 역동적인 존재감이고, 그 존재감이 ‘내일해’를 과거의 복제품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만든다.

EXID '내일해' 티저 이미지.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EXID '내일해' 티저 이미지.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과거의 뉴 잭 스윙 장르의 뮤직비디오들은 특유의 자유분방한 씬을 연출했지만 오늘날의 기준에서 그것은 말 그대로 ‘연출’이라는 것이 매우 티가 났고, 주로 안무를 강조하는 것이 많았다. 현대의 뮤직비디오는 과거의 것보다 더욱 다양하지만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곡의 내용이나 안무 같은 특정한 하나의 키워드를 강조하기보다는 아티스트 개인의 퍼스널리티와 매력을 집중적으로 포착하는 것 역시 과거의 것들과는 달라진 점이다.

‘내일해’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런 요소들을 따르고 있고, 그 안에서 EXID는 자신들이 수행해야할 스스로의 퍼스널리티와 매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작업을 충실하게 해낸다. 그들은 수 년간의 라이브 경험과 많은 활동으로 오늘날의 K-POP 음악에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식의 표현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90년대적인 곡과 영상 안에서도 스스로의 존재감과 팀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고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 과거에 집착하지도 현재에 매몰되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상태로.

현재적인 생명력이 강한 아티스트가 잘 구현된 과거의 시공간으로 들어가면 그 곳은 더 이상 노스텔지어만이 있는 과거가 아니게 된다. 그곳은 익숙하지만 흥미롭고, 역동적이지만 그리운, 현재도 과거도 아닌 특별한 시공간으로 변모한다. 바로 그 세계를 우리는 '레트로'라고 부른다.


http://www.thearti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82

[디아티스트매거진]에서 아이돌 이야기를 합니다. 트위터 계정 : @loveless0315 @2nd_Lirio

리리오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