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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에서는 보이 그룹이 발표한 스패니시 라틴 팝 장르를 선보였던 마지막은 엠블랙의 '모나리자' (2011)에요. 찾아보면 더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6년 동안 K-POP 시장에서 라틴 팝은 큰 주목을 받기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 장르로 국내에서 독자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에는 이미 사람들에게 '어느 지역의 어떤 사람들이 만들고 듣는 장르'라는 이국적인 인식이 강하게 잡혀있는데다, 마초적인 분위기에 섹슈얼한 메세지가 많은 장르적 분위기는 지난 몇 해 동안 국내 아이돌 그룹들이 따르던 트렌드에 부합하지도 않았고요. 어쨌든 SF9은 이 장르에 하우스를 결합한 곡인 '오솔레미오(O Sole Mio)'를 올 해의 세 번째 활동곡으로 내세웠습니다. 데뷔 초반에는 트랩 비트와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팡파레'와 '부르릉'을 발표했고, 지난 4월 선율적인 곡인 '쉽다'를 선보였는데 다시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직 그룹의 음악적 노선에서 갈피를 잡은 것 같지는 않네요.

그럼에도 '쉽다'와 '오솔레미오'와 같이 보컬과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되는 곡들을 타이틀로한 것은 나름대로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서 거친 목소리로 랩을 하는 그룹은 이미 너무 많았어요. 특히 '팡파레'와 '부르릉'은 방탄소년단이 이미 몇 년에 걸쳐 해온 스타일의 곡이었고, 소속사인 FNC의 특기도 아니니까요. 물론 라틴 장르도 이들의 특기는 아니지만, 멤버들의 보컬을 강조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다른 곡들에 묻히지 않도록 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니까요. 라틴 팝 장르의 'Despacito'가 세계적으로 성공했고, 비교적 라틴 팝 장르에 익숙한 외국의 팬들이 K-POP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에서 어느 때보다 라틴 팝의 수혈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타이밍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오솔레미오'가 현재 SF9의 곡들 중 가장 높은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증거고요.

물론 지금까지 어떤 국내 아티스트도 이 장르를 스스로의 음악적 아이덴티티로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SF9이 앞으로도 이러한 장르의 곡을 다시 시도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차후에도 기존의 하우스 트렌드와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당연하게도 힙합은 제외하고요.) 계속해서 시도한다면 아직 뚜렷한 아이덴티티가 없던 이들이 가장 먼저 이러한 방향성에서 좋은 자리를 잡게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O sole mio는 분명히 이탈리아어인데, 국내의 라틴 팝 장르 곡들에서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가 혼용되고 있는 이유를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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