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7일 [디아티스트매거진]에 개제한 칼럼입니다.


ⓒ SM 엔터테인먼트
ⓒ SM 엔터테인먼트

끊겨버린 남성 솔로 댄스 아티스트의 계보를 사실상 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 외에도 태민의 존재는 특별하다. 간결하면서도 탄탄한 프로덕션의 곡들과 완성도 높은 안무, 특징적인 아트워크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아티스트는 아이돌과 비 아이돌 아티스트를 전부 포함하더라도 드물다. 게다가 <Ace>, <Press It> 그리고 <MOVE>에 이르기까지 태민은 그의 작업물 안에서 어둡고 섹슈얼하지만 동시에 그 젠더를 무어라 특정할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캐릭터성이 진하게 드러난 <MOVE>로 그는 대체 불가능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앨범과 동명의 곡이자 타이틀 곡인 ‘MOVE’는 전작 <Press It>의 수록곡 ‘Sexuality’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두 곡 모두 무거운 베이스 위에서 섹슈얼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MOVE’는 더 간결한 구성의,보컬이 중심이 되는 곡이다. 안무 역시 이전의 곡들보다 훨씬 절제되어 있고 태민의 몸 선과 근육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MOVE’는 다른 어떤 곡 보다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오랫동안 이런 스타일의 곡과 안무는 남성 아티스트보다는 여성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이어져왔지만 데뷔 이래로 "여성적", 혹은 "중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그것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여긴다는 그이기에 오히려 자신의 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해냈다. 얼마나 많은 남성 아이돌이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거나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는지를 생각하면 이는 대단히 진보적인 시도로 보인다.

태민 'MOVE' 뮤직 비디오 중. ⓒ SM TOWN 공식 유튜브 채널
태민 'MOVE' 뮤직 비디오 중. ⓒ SM TOWN 공식 유튜브 채널

다른 트랙들 역시 1집의 연장선에 있다. 피아노 반주와 보컬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감성을 터뜨리는 발라드 곡인 ‘Love’와 ‘Rise (이카루스)’는 ‘Soldier’의 구조와 상당히 닮아있고, 그루비한 리듬과 베이스와 신스 사운드로 곡을 진행하는 퓨처 베이스 장르의 곡인 ‘Crazy 4 u’와 ‘Heart Stop’은 ‘Drip Drop’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1집의 곡들을 젠더리스적이며 섹슈얼한 코드로 좀 더 미니멀하게 재해석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장르적인 도전을 통해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힌 후 그 위에 태민 자신을 덧칠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렇기에 <MOVE>는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채워진 전작보다 더 강한 정체성을 가진다.

한 방송에서 SM 엔터테인먼트의 한 디렉터는 "태민을 야하게 만들고 싶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태민의 첫 솔로 앨범이 나오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그의 외모나 분위기에 대한 코멘트를 가볍게 달아왔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현재 그의 캐릭터성은 그 스스로보다는 타인들이 만들어온 이미지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 이미지를 뒤집어 쓰기를 거부하지 않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이기에,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기 전에 즐기려 한다며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오고 있다. 남성이 '남성스럽다'고 여겨지는 표현 방식 외의 다른 방향에서 섹슈얼한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개방적이지 않은 분위기의 사회에서 이러한 시도는 파격적이지만, 그의 행보가 낯설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태민에게서 바로 이런 것들을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원문 (http://www.thearti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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